♧...참한詩

어느 날 나는/박지영

김욱진 2019. 3. 13. 08:56

어느 날 나는

박지영


변기에 앉을 때마다 나는

이 생각 떨쳐버릴 수 없다


변기 위에 변기

변기 밑에 변기

나는 아랫집 여자의 머리에 오줌을 누고

윗집 남자는 내 머리에 똥을 싸고 있는 거지


갓 태어난 아기는 배내똥 누고

마지막 세상 떠나가는 길에 한 무더기 싸고


하루를 변기에서 시작해

변기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바닥에 누워 등줄기 아프게 생각하네


"오늘 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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