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정호승
물은 흐르는 대로 흐르고
얼음은 녹는 대로 녹는데
나는 사는 대로 살지 못하고
징검다리가 되어 엎드려 있다
오늘도 물은 차고 물살은 빠르다
그대 부디 물속에 빠지지 말고
나를 딛고 일어나 힘차게 건너가라
우리가 푸른 냇가의 징검다리를
이제 몇 번이나 더 건너걸 수 있겠느냐
때로는 징검다리도 물이 되어 흐른다
징검다리도 멀리 물이 되어 흘러가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시집『밥값』(창비, 2010)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퉁이/안도현 (0) | 2010.11.09 |
---|---|
구름과 바람의 길/이성선 (0) | 2010.11.09 |
동안거/김현옥 (0) | 2010.11.09 |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김사인 (0) | 2010.11.08 |
지 살자고 하는 짓/하종오 (0) | 2010.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