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인공수정 / 유홍준

김욱진 2020. 11. 5. 22:06

인공수정

유홍준

 

 

 

겨드랑이까지 오는 긴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애액 대신 비눗물을 묻히고

수의사가

어딘지 음탕하고 쓸쓸해 보이는 수의사가

꼬리 밑 음부 속으로 긴 팔 하나를 전부 밀어넣는다

 

나는 본다 멍청하고 슬픈 소의 눈망울을

더러운 똥 무더기와

이글거리는 태양과

꿈쩍도 않고

성기가 된 수의사의 팔 하나를 묵묵히 다 받아내는 소의 눈망울을

 

넓적다리와 넓적다리 사이에

가랑이 사이에

빵빵하게

공기를 집어넣은 것 같은

소의 유방에 넷, 생긴 게 꼭 무슨 고무장갑 손가락 같은 젖꼭지가 넷

 

귀때기에 플라스틱 번호표가 꽂혀 있는 소는

이제 소끼리 접 붙이지 않는다

더 굵고 더 기다란 인간의 팔하고만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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