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씻기 숙제
한상순
가을걷이 끝난 뒤
허리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한
외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발을
엄마가 닦아 드립니다
콩 한 가마니 불끈 들어올릴 때
단단한 버팀목이었을 장딴지가
마른 삭정이 같습니다
바람 불면
쇄쇄 소리가 날 것 같은
마른 삭정이에서
뻗어 내린 잔가지 같은
외할아버지의 발
엄마는 조심조심
외할아버지의 발을 닦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내 주는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숙제,
엄마는 어렸을 때 미뤄 둔 그 숙제를
이제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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