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가듯 우리집에 가다
류지남(1961~2021)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진 퇴근길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내 집 대신
일흔 아홉 어머니 혼자 지키고 계신
어릴 적 우리 집으로 갔네
소주 한 병 참치 깡통 하나, 그리고
울 엄니 좋아하는 크라운 웨하스와 함께
허우적허우적 고갯길 넘어
캄캄한 방문 앞에 서서
계슈~ 계슈~ 하고 바보같이 불렀더니만
드르륵 쾅 방문이 열리며... 아,
아직도 굳건한 울 엄니
야 이눔아 에미헌티 계슈가 뭐여
그리구 어째 늬 집으로 안 가고 여기루 왔냐
허둥허둥 늦은 밥상에 마주 앉아
노래 좋아하는 울 엄니 노래 소리 들으며
엄니 반 잔 나 한 잔 눈물처럼 단 술 나누었네
늙은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 하나 매달린 날
가정방문 가듯 나 우리집으로 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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