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삼류 시인 / 조은길

김욱진 2021. 2. 22. 09:07

삼류 시인

조은길

 

 

 

남자에게 끌려간 아이가

사타구니가 만신창이로 찢어진 여자아이가

생피를 쏟으며 죽어가고 있는데

 

운문 형식 산문 형식 따지며

저 여자아이에 관한 시를 써도 괜찮을까

 

가난한 비정규직 청년이

안전장치도 없는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몸이 동강 나 죽었는데

 

원관념 보조관념 따지며

저 청년에 관한 시를 써도 괜찮을까

 

쇠창살에 갇힌 닭들이

손톱 발톱 부리를 빼앗긴 수많은 닭들이

밤도 낮도 없이 알을 빼다 살처분되었는데

 

은유법 환유법 따지며

저 닭들에 관한 시를 써도 괜찮을까

 

늙고 병든 사람이

자식들에게 폐 될까 봐

말없이 앓다 구더기 밥이 되었는데

 

비장미 숭고미 따지며

저 구더기 밥에 관한 시를 써도 괜찮을까

 

행 구분 연 구분 운율까지 딱딱 들어맞는

이런 시를 써도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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