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저수지는 웃는다 / 유홍준

김욱진 2021. 2. 16. 22:24

저수지는 웃는다

유홍준

 

 


저수지에 간다
밤이 되면 붕어가 주둥이로
보름달을 툭 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

요즈음의 내 낙은
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아무 돌멩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보는 것

돌을 던져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는 저수지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긴긴 한숨을 내뱉어 보는 것

알겠다 저수지는
돌을 던져 괴롭혀도 웃는다 일평생 물로 웃기만 한다


생전에 후련하게 터지기는 글러먹은 둑, 내 가슴팍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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