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김욱진 2021. 2. 14. 22:25

물방울 무덤들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 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 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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