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이진흥
거울 속에서 한 사내가 나를 본다
오래전부터 나는 그를
알 듯도 하고 모를 것도 같다
투명한 유리의 차단 저켠에 서서
언제나 나를 바라보지만
그의 시선은 늘 무관심하다
나는 가끔 그에게
말을 건네거나 웃음을 보내다가
멋쩍어지는 수가 있다
내가 돌아설 때엔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를 슬쩍 엿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거울 앞에서 만나는
아주 가깝고도 머언 얼굴
나는 그를 누구라고 부르나
어느 때는 그는 우울하게
어느 때는 쾌활하게 보이지만
그건 믿을 수 없는 내 시선의 조작이리라
거울 면의 차단 저켠에서
말없이 그가 나를 응시하지만
나는 그를 거절하지 못한다
도대체 그는 누구인데
은근히 나를 구속하는 것일까
거울 속의 그 사내는.
(2020 물빛 연간집)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사람 / 변희수 (0) | 2021.03.03 |
---|---|
옥수수가 익어갑니다 / 변희수 (0) | 2021.03.03 |
나의 아름다운 오실지 / 장하빈 (0) | 2021.02.28 |
효자가 될라카머- 김선굉 시인의 말 / 이종문 (0) | 2021.02.28 |
발씻기 숙제 / 한상순 (0) | 2021.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