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보라빛 여자도 / 곽재구

김욱진 2021. 4. 29. 09:37

보라빛 여자도

곽재구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알지

우리가 함께 손잡고 걸어가던 시간이 그곳에 있었음을

달천에서 작은 여객선을 타고

우리가 서러운 눈망울 속에

서러운 눈에 든 갈매기 울음소리를 듣는 동안

연안의 섬들이 뜨거운 긴 손을 내미네

내 어릴 적 보라색 크레용을 좋아해서

보라색 엄마를 그리고

보라색 기차를 타고

보라색 배를 타고

보라색 꽃이 핀 세상에 길들을

외톨이 고등어처럼 떠돌고 싶었네

오늘 당신과 나

보라색 파도와 함께

여자도로 가네

보라색의 섬들이

보라색의 별처럼

보라색의 꽃다발 되어

우리들 가슴에 담기네

보라색 여인이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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