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내가 왜 산을 노래하는가에 대하여 / 이근배

김욱진 2021. 5. 20. 08:04

내가 왜 산을 노래하는가에 대하여

이근배


목숨을 끊은 양 누워
슬픔을 새김질해도


내 귀엔 피 닳는 소리
살 삭이는 소리

 

山, 너는 죽어서 사는
너무도 큰 목숨이다

 

그 황토흙 무덤을 파고
슬픔을 매장하고 싶다

 

다시는 울지 않게
千의 絃을 다 울리고 싶다

 

풀 나무 그것들에게도
울음일랑 앗고 싶다

 

어느 비바람이 와서
또 너를 흔드는가

 

뿌리치려 해도
누더기처럼 덮여오는 세월

 

깊은 잠 가위 눌린 듯이
山은 외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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