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하얀 저수지 / 문성해

김욱진 2021. 5. 20. 08:49

하얀 저수지

문성해

 

 

저수지가 얼고 그 위로 눈이 왔다
맨얼음 위로는 감히 올라가지 않더니
땅과 물의 경계가 없어지자
사람들이 겁도 없이 그 위로 걸어들어간다

얼음판 가운데 서 있으니
내가 오래전에 이 저수지에 빠져 죽은 사람 같다
내 발밑으로 사람을 뜯어 먹고 산다는 잉어 한마리 지나가는가
머리카락이 키를 넘기게 자란 그 여자가 지나가는가

클클거리는 얼음판 밑이
지금은 아우성이고 폭풍 속 같은 데고
얼음판 위는 물속처럼 적막하다

퍼런 물살 한 조각 신발에 묻히고 걸어나오면
잉여된 목숨을 사는 듯 피가 훈훈히 데워지고
신발코를 하얗게 밝힌 채 사람들이 집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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