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여 깨어나라
신천희
낙동강은 지금 묵언 중이다
골골에서 재잘거리며 모여든
개울물들이 웅성거리다가
모두 입을 닫아걸었다
이제 무명의 허상들 모두
침잠시켜버리고 고요히
무애자재한 강물로
자정하며 홀로 맑아져야 한다
찰나의 걸림도 없는
반야의 물살로 흐르며
녹조를 만나면 녹조를 죽이고
와류를 만나면 와류를 죽이고
피안의 바다에서
오도송을 읊으며
법희의 춤사위를 펼치기 위해
밤낮없이 수행 중인
낙동강은 지금 묵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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