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지우개 / 송순태

김욱진 2021. 8. 9. 19:09

지우개

송순태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편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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