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거울 / 이상

김욱진 2021. 8. 18. 08:48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마는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가졌소마는 거울속에는
늘 거울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물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정끝별  (0) 2021.08.26
언니야 우리는 / 정끝별  (0) 2021.08.26
지우개 / 송순태  (0) 2021.08.09
노래의 눈썹 / 장옥관  (0) 2021.08.09
낙동강이여 깨어나라 / 신천희  (0)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