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동물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정끝별

김욱진 2021. 8. 26. 16:34

동물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끝별

 

 

소 눈이라든가

낙타 눈이라든가

검은 동자가 꽉 찬 눈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눈을 굴리며 산 것 같아

 

남의 등에 올라타지 않고

남의 눈에 눈물 내지 않겠습니다

 

타조 목이라든가

기린 목이라든가

하염없이 기다란 목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걸 삼키며 사는 것 같아

 

남의 살을 삼키지 않고

남의 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펭귄 다리라든가

바다거북이 다리라든가

버둥대는 짧은 사지를 보면

나는 내가 너무 긴 죄를 짓고 살 것 같아

 

우리에 갇혀 있거나 우리에 실려 가거나

우리에 깔리거나 우리에 생매장당하는 더운 목숨들을 보면

 

우리가 너무 무서운 사람인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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