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
마경덕
돌진하는 새들
어디로 가는 중이었을까
봄부터 이어진 박새 참새 곤줄박이의 투신이 지역신문 헤드라인이 되려면
더 많은 새들이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새들만이 아니었다
사차선 차도에서 튕겨 나와 벽과 충돌한 굉음은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신기루와 비행이 만나는 지점,
이곳은 묘지였다
질주하던 속도와 정면충돌한 사건이 중앙선을 넘고 벽을 뛰어넘었다
무단침입한 잡음은 아파트보다 높이 자랐다
최대한 키를 높여 달려드는 소리를 죽이겠다고
잠을 설친 의견들이 둘러앉았다
방음벽은 마지막 배수진
주민들은 새들 따위는 금방 잊었다
새의 죽음을 이야기한 시인이 있었지만 날아오는 화살에 곧 입을 다물었다
담쟁이를 심자던 숲해설가도 일조권에 밀리고 말았다
누군가는 새들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했지만 새들은 스스로 머리를 박거나
날개를 꺾지 않는다
하늘을 달리는 날개들은 머리를 들이박고 뼈가 부러진 소리들은 투명 방
음벽 아래 수북이 쌓여간다
공중에도 로드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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