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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0 미당문학상 수상작]가을 저녁의 말/장석남

김욱진 2011. 1. 2. 08:08

[2010 미당문학상 수상작]

 

가을 저녁의 말

 

   장석남

 

 

 

나뭇잎은 물든다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

군불 때며 돌아보니 제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꾸물대는 닭들

 

윽박질린 달이여

 

달이 떠서 어느 집을 쳐부수는 것을 보았다

주소를 적어 접시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걸게 혼잣말하며

어둠을 지졌다

 

장마 때 쌓은 국방색 모래자루들

우두커니 삭고

모래는 두리번대며 흘러나온다

모래여

모래여

게으른 평화여

 

말벌들 잉잉대던 유리창에 낮은 자고

대신 뭇 별자리들 잉잉대는데

 

횃대에서 푸드덕이다 떨어지는 닭,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나뭇잎은 물든다

 

 

                             —《창작과비평》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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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1965년 인천시 덕적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 현재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서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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