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에
김욱진
은행들이 다 털렸다
졸지에 알거지 신세가 되어버린 은행들은
길바닥에 나앉았고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구린내가 났다
누구 소행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줄도산 당한 은행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바람에
은행 주가는 폭락했고
빚쟁이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짓뭉개듯
은행 짓밟고 지나갔고
바람은 그냥 빚잔치 한 판
속 시원하게 벌인 듯 지나갔다
그 바람에
빚진 늦가을 바람은
큰길가 신호등 언저리 보도블록 위
은행 신용불량자 딱지처럼 딱 붙어있는
일수대출 광고지 직빵 전화번호부터
슬그머니 떼어내고 있었다
(2022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