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스크랩]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최승자

김욱진 2011. 2. 18. 07:50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러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 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병에 꽂아다오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출처 : 달성군문인협회
글쓴이 : 문소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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