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3者
장이엽
하루살이가 불빛을 향해 모여들면서
거미는 줄을 치기 시작했다.
거미줄에 잠자리가 걸려들고
나비가 잡혔다.
매미도 달랑거렸다.
불빛과 무관하던 새들이 행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벽기둥에 바짝 다가서기 위해 파득거리다가
거미를 낚아채거나
베란다 난간에 앉아 둥글게 말려 있는 먹잇감을
콕 찍어 먹기도 했다
내가 하는 짓이란 발길을 옮기며 주변을 맴도는 일
창 안쪽 어둠 속에서
하루살이와 거미와 잠자리와 나비와 새의 일순간을 쳐다보는 일
막대기를 휘둘러 거미줄을 걷어내지 않았고
발버둥치는 나비의 몸짓도 외면했으며
저녁이면 어김없이 환하게 불빛을 밝혀두었으므로
어디에도 第3者가 개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살이가 모여드는 동안
거미가 줄을 치는 동안
잠자리나비매미가 덫에 걸리는 동안
새들이 방향을 바꾸지 않는 동안
정확히 말해
불빛으로 새의 성장에 관여하는 동안
새는
유리창 안쪽의 눈빛을 참고하고 있었을까?
자신을 사육해 어디에 쓰려는지
나를 조련시켜 어디에 쓸 것인지...... .
출처 : 달성군문인협회
글쓴이 : 문소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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