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염장―간재비 / 손준호

김욱진 2026. 1. 26. 11:37

염장―간재비

손준호

 

 

슬픔의 배를 따서 오래 절여두겠습니다

 

숨죽다, 는 말이 얼마나 뻣뻣한지

 

꽃소금 같은 싸라기눈 푸른 등을 때리면

 

한 손, 이라는 말의 손금을 읽겠습니다

 

조랑조랑 풀칠할 입들 새끼줄처럼 엮인

소금쩍 엉긴 생계의 소맷단 접어 올리며

진종일 좌판서 푸성귀 판 삯으로

 

고등어 한 손 노을에 꿰어오던 여자

 

살아서도 썩는다는 말은

고등어나 어미나 한 꼬챙이

 

살점 다 발라 주고 뼈만 남은 채

기저귀 차고 요양병원 들어간, 고등어

 

뼈처럼 박혀 있는 겨울 낙엽송 우듬지로 태양의 은빛 비늘 흩어지고, 정지간 무쇠솥 곁불 쬐며 고등어 대가리만 빠수어 자시던 당신 얼레달로 높이 떠날 적

 

한 움큼 쥐면 여즉 뜨듯해

차마 뿌리지 못하고 진저리 치던 손

 

절인 슬픔을 꺼내 재차 소금을 쳐

생의 비린내를 잡겠습니다

 

바다를 변주하던 고등어의 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옛 그리스에선 노예를 매매하는 화폐로 소금을 썼다고 하는데

 

영혼도 간이 잘 배면 단맛이 돌겠습니까

 

숨탄것들 숨죽어 가는 것이 숙성이라면

 

영덕 이백 리 길 참고등어 이고 지고

필생을 손대중으로 소금 간만 쳤어도

 

파도가 후려친 채찍에 등짝이 시퍼런

고등어 전생을 벌건 숯불에 뒤집고

기름기 빠진 조선의 저녁을 헤집어대면

 

어차피 고등어 값은 안동이 정해주느니

 

이런달 엇더하며 뎌련달 엇더하료*

 

 

*이황 <도산십이곡>, 명종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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