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거처
천양희
신은 우리에게
세상 소리 잘 들으라고
두 귀를 주었으나 귀꺼풀이란 없다
없으므로 귀는 참으로
많은 소리를 가졌다
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소리만 생각하자
귀는 그렇게 다짐했던 것인데
다짐도 짐이라서
세상은 잊어서는 안 되는 소리를 낸다
소리는 누구의 무릅쓴 울음일까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낸 건 또 누구일까*
소리는 귀로 들어와 마음에 스민다
세상에서 가장 먼 소리는
귀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머나먼 기적소리
소리는 소리 하나로도 충분해서
쌓인 것 위에 또 쌓여도
탑이 되지 않는다
21세기 재난은 소음이란 말이
오늘은 옳았다
죽어라고 세상이 그립다고 하면
‘네가 좋아하는 세상을 찾아다 줄게’
별을 따다 주겠다는 한 소절에 겹쳐져
그 말 때문에
나는 또 세상에 귀기울인다
귀기울이는 만큼 해도 기울어
사는 게 아우성이냐,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여러 소리가 지나갔던 거다
모든 소리의 거처에는
귀나무가 있어
그 나무도 가끔
귀를 닫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어디서 구급차소리 들린다
구아구아(救我救我) 사람 살려!
소리쳐 보는 것이다
*이영광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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