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소리의 거처/천양희

김욱진 2026. 2. 12. 10:15

소리의 거처

천양희

 

 

신은 우리에게

세상 소리 잘 들으라고

두 귀를 주었으나 귀꺼풀이란 없다 

 

없으므로 귀는 참으로 

많은 소리를 가졌다

 

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소리만 생각하자

귀는 그렇게 다짐했던 것인데

 

다짐도 짐이라서

세상은 잊어서는 안 되는 소리를 낸다

 

소리는 누구의 무릅쓴 울음일까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낸 건 또 누구일까*

소리는 귀로 들어와 마음에 스민다

 

세상에서 가장 먼 소리는

귀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머나먼 기적소리

 

소리는 소리 하나로도 충분해서

쌓인 것 위에 또 쌓여도

탑이 되지 않는다

 

21세기 재난은 소음이란 말이

오늘은 옳았다

 

죽어라고 세상이 그립다고 하면

‘네가 좋아하는 세상을 찾아다 줄게’

별을 따다 주겠다는 한 소절에 겹쳐져

그 말 때문에

나는 또 세상에 귀기울인다

 

귀기울이는 만큼 해도 기울어

사는 게 아우성이냐,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여러 소리가 지나갔던 거다

 

모든 소리의 거처에는

귀나무가 있어

 

그 나무도 가끔

귀를 닫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어디서 구급차소리 들린다

구아구아(救我救我) 사람 살려!

소리쳐 보는 것이다

 

 

*이영광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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