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봄 ​

김욱진 2026. 3. 12. 10:03

오규원

 

 

저기 저 담벼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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