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봄/이성부

김욱진 2011. 3. 25. 09:16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방울 화석/황동규  (0) 2011.04.08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이해인  (0) 2011.04.01
어떤 적막/정현종  (0) 2011.03.20
[스크랩] 일본에의 예의 / 고 은  (0) 2011.03.17
십자가/윤동주  (0) 201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