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빗방울 화석/황동규

김욱진 2011. 4. 8. 10:26

 

빗방울 화석

황동규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 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 저녁 외로운 공룡이 뻘에 퍼질러 앉아

흩뿌린 눈물 자국?


감춘 눈물 방울들이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흔적 남기지 않고 가기 어려우리.
길섶 쑥부쟁이 얼룩진 얼굴 몇 점
사라지지 않고 맴도는 가을 저녁 안개
몰래 내쉬는 인간의 숨도
삶의 육필로 남으리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화석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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