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박재삼
봄날 삼천포 앞바다는
온통 아지랑이에 묻혀
노곤한 가운데
천지가 새로 살아나는
기운을 함께 얻는 양
쟁쟁쟁 일렁이면서
빛나게 반짝이고 있었네
바다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보면
대방(大芳) 끝의 땅에서는
같이 호응하여
오래 동면 속에 갇혔던 것을
하나씩 하나씩
몸부림을 섞으면서 풀고 있었네
아, 여기에서 봄은 어쩌면
겨울의 어엽잖은 가면을 벗고
바다와 땅이
다르면서 결코 다르지 않는 구석을
비밀도 없이 드러내고 말아
신수도(新樹島)나 륵도(勒島)는
이제 섬이 아니라
육지의 어여쁜 동생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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