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박경남
고향 마을 태고정* 크고 작은 방 문고리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 있어. 수없이 밀고 당기던 손에 네모난 문짝은 낡아 일그러졌으나 원형의 문고리는, 모든 원이 서로 닮음을 과시하듯 저항 없는 몸짓으로 제 앉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어. 원 중에서 가장 갖기 힘든 원이 마음의 중심원이라는데 내게도 한동안 중심을 흔들던, 고스란히 상처였던 사건 있었어. 짙은 먹구름이 지나갔을 때, 나는 원래의 습관인 양 모서리 없는 수많은 너를 내 안에 자꾸 구겨넣고 있었어. 그때 알았어. 출구가 없는 원은 입이 무겁다는 것을, 힘이 세고 치유력이 있다는 것을,
* 태고정(太古亭) : 보물 제 554호.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 지형이 묘하게 생겼다 해서 이름한 묘꼴마을이 있다.
이 묘꼴마을이 1479년(성종 10년)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의 후손들이 수백 년 터를 잡
고 살아온 소위 묘꼴 박 씨의 집성촌이다. 마을의 맨 안쪽에 사육신을 모시는 사당인 육신
사가 있고 우측에 자리한 태고정은 유복손 박일산이 창건한 정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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