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스크랩] 붙어먹다 / 김경선

김욱진 2011. 4. 21. 16:35

 

붙어먹다 / 김경선



파도는 갯바위와 철썩철썩 붙어먹고

소라게는 빈 고동에 붙어먹고

따개비는 갯바위 사타구니와 붙어먹고

개는 엉덩이끼리 찰싹 붙어먹고

악어새는 악어이빨에 붙어먹고

걸레는 방바닥과 붙어먹고

엉덩이는 변기와 붙어먹고


전화 한 통화로

너에게 흘러가 들러붙고 싶은 나는

꽂지 못한 플러그처럼 파팟! 전기 한번 통하지 못해

발가락 더듬더듬 붙어먹자 꼬여도

다가서면 움찔 비켜서는 소심한 남자


나를 빠져나간 머리카락은 먼지와 붙어먹고 

벽과 붙어먹은 못은 휘도록 잘 살건만

상처와 붙어먹는 난  지금껏

부모님께 빈대처럼 잘도 붙어먹고 산다

하숫물 꺼억 트림하는 싱크대 앞에서

제대로 붙어먹지 못한 오늘이 흘러가고 

잘 붙어먹고 사는 족속들이 그립다



-수주문학 2009 제6호 (신작 작은시집)  

출처 : 시인정신
글쓴이 : 김경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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