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나의 울음터/장석남

김욱진 2011. 5. 6. 09:50

 

                    나의 울음터

                                        장석남

 

 

나의 첫 울음터는 어머니의 품이었겠지

그리고 그 울음은 그저 목화꽃 같았을거야

품 속이었을테니까

 

나는 내가 울었던 장소들을 떠올려보네

열 아홉 울음터는 어느 축대 밑이었지

그 울음은 축대처럼 가파른 스무살 때문이었지

 

해변의 어느 바위가 울기에 좋았지

한도없이 밀고오는 파도소리 때문은 아니었지

사랑이 그렇게 어찌할 수 없이 밀려온 때문만도 아니었지

늘 내 울음은 사사로운것이었고

한번도 큰 울음을 품어본 적 없지

 

연암 선생 울음터를가보고싶네

나의 보잘것 없는 울음터를 지나

광활한 그 울음의 넓이를 보고싶네

 

하는 수 없이 지금 내울음은

맨드라미 피어난 여름뜰 앞에 두었네

뜰모퉁이 봉숭아 그늘에 두었네

한 송이씩 한 송이씩 가꾸네

 

허나 어쩌나, 늙은 어머니는 그 앞에 더 오래 앉아계시네

 

 

<시집:뺨에 서쪽을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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