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울음터
장석남
나의 첫 울음터는 어머니의 품이었겠지
그리고 그 울음은 그저 목화꽃 같았을거야
품 속이었을테니까
나는 내가 울었던 장소들을 떠올려보네
열 아홉 울음터는 어느 축대 밑이었지
그 울음은 축대처럼 가파른 스무살 때문이었지
해변의 어느 바위가 울기에 좋았지
한도없이 밀고오는 파도소리 때문은 아니었지
사랑이 그렇게 어찌할 수 없이 밀려온 때문만도 아니었지
늘 내 울음은 사사로운것이었고
한번도 큰 울음을 품어본 적 없지
연암 선생 울음터를가보고싶네
나의 보잘것 없는 울음터를 지나
광활한 그 울음의 넓이를 보고싶네
하는 수 없이 지금 내울음은
맨드라미 피어난 여름뜰 앞에 두었네
뜰모퉁이 봉숭아 그늘에 두었네
한 송이씩 한 송이씩 가꾸네
허나 어쩌나, 늙은 어머니는 그 앞에 더 오래 앉아계시네
<시집:뺨에 서쪽을 빛내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함민복 (0) | 2011.05.18 |
---|---|
[스크랩] 부처님/ 소야 (0) | 2011.05.14 |
바다 보아라/천양희 (0) | 2011.05.04 |
시인이 되려면/천양희 (0) | 2011.04.30 |
구름과 바람의 길/이성선 (0)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