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 사이
문정희
나와 나 사이
시를 버리고
흐르는 구름을 끼워 놓는다
눈부신 양들의 행렬을
시는 때로 욕망의 무게를 지니지만
구름은 만개한 공허
흩어지고 말면 그뿐인
나와 나 사이
날카로운 터럭을 밀어 버린다
앵무새 능구렁이 삼류 배우를 밀어 버린다
이끼가 낄 때까지 입을 열지 않는
검푸른 석벽(石壁)도 치워 버린다
이제 무엇이 흐르는지
무엇이 새로 태어나는지
해 지고 해 뜨는 지평선 같은
나와 나 사이
하늘 아래 민둥산
해무(海霧)를 먹고 자라는
거북등 같은 섬과 섬 사이
빈 목선을 타고 밀려오는
오, 싱싱한 불립문자(不立文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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