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꽃
이홍섭
오동꽃이 왔다
텅 빈 눈 속에
이 세상 울음을 다 듣는다는 관음보살처럼
그 슬픈 천 개의 손처럼
가지마다 촛대를 받치고 섰는 오동나무
오랜 시간 이 신전 밑을 지나갔지만
한 번도 불을 붙인 적 없었으니
사방으로 날아가는 장작처럼
그 덧없는 도끼질처럼
나는 바다로, 깊은 산속으로 떠돌았다
내 울음을 내가 들을 수 없는 일
自己를 붙잡고 운 뒤에야
울음이 제 몸을 텅 텅 비우고 난 뒤에야
쇠북처럼 울음은 비로소 가두어지고
먼 곳에서 오동꽃이 왔다
갸륵한 신전이 불을 밝혔으니
너는 오래오래 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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