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Zelkova serrata
벼락 키스 - 김언희(1953~ )
벼락을 맞는 동안
나무는 뭘 했을까
번개가 입 속으로
치고 들어가 자궁을
뚫고 나오는 동안
벼락에 입술을 대고
나무가 벼락을 맞았다. 마을 한가운데에 서서 온몸으로 벼락을 받아냈다. 벼락을 맞으며 나무가 정말 사람의 마을, 사람의 안위를 걱정했을까. 나무 꼭대기에 닿은 벼락은 줄기를 타고 뿌리까지 파고들었다.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그리고 부러졌다. 부러져 죽은 채로 살았다. 사람의 마을에 내린 벼락을 대신 맞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나무를 사람들은 버리지 않았다. 꽃도 잎사귀도 가지도 없이 나무는 사람의 마을 중심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몸뚱아리를 드러냈다. 사람의 눈길이 오래 머무른다. 나무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