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꽃으아리 Clematis patens
입추 - 조운(1900~?)
봄가고
여름도 가고
이제는 또 가을이다
누구라 하나
곱다는 이 없것만은
철없는 이 마음은
오는 철 가는 철에
무엇을 이리도 기다리노?
지는 꽃을
지는 꽃을
어떻게 합니까
꾀꼬리가 운대도
모르는 척하고
저 혼자 지는 꽃을
어떻게 합니까.
여름 가면 가을 꽃 피어난다. 지난 계절에 피었던 꽃이 자리를 내줄 시간이다. 찌는 볕 아래 울타리를 타고 환장하리만큼 화려하게 피었던 으아리 꽃이 소리 없이 시들었다.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기억 저편으로 떠날 채비다. 꽃 울타리 따라 분주히 오가는 청설모의 법석도, 꾀꼬리의 지저귐도 모른 척하고 고요히 떨어지는 꽃 따라 여름의 꼬리가 간당인다. 잔인했던 비바람 흩어지고 가을 향한 그리움이 하냥 깊어졌다. 가을이 우뚝 서는 입추다. 그러나 아직 한낮 햇살을 받아내는 맨 얼굴은 쓰라리다. 가을 기다리는 여름 아침의 철없는 마음은 하릴없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