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리다
장석주
바람 섞여 진눈깨비 치는 저녁,
흘러나온 불빛이
코뚜레 뚫은 송아지처럼 길게길게 운다.
길 나서지 못한 사람 살고 있다고,
가는 저녁 다시 못 온다고
다정한 몸 속으로
울음이 뭉턱하게 밀려든다.
저녁마다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것들 속에서
무릎 아래 그림자 키우는
누군가의 재개봉영화 같은 생이 밀려간다.
누군가 어둠 쪽으로 몸 돌려
꽃피는 머리를 수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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