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수그리다/장석주

김욱진 2011. 8. 20. 11:28

              수그리다

                                   장석주

 

 

 

바람 섞여 진눈깨비 치는 저녁,

흘러나온 불빛이

코뚜레 뚫은 송아지처럼 길게길게 운다.

 

길 나서지 못한 사람 살고 있다고,

가는 저녁 다시 못 온다고

다정한 몸 속으로

울음이 뭉턱하게 밀려든다.

 

저녁마다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것들 속에서

무릎 아래 그림자 키우는

누군가의 재개봉영화 같은 생이 밀려간다.

 

누군가 어둠 쪽으로 몸 돌려

꽃피는 머리를 수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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