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투병/문인수

김욱진 2011. 8. 21. 18:36

 

                                   투병

                                          문인수

  

 

 

 

   기생목 겨우살이 저 여러 덩어리가 참나무를 뒤덮었다. 

 

   생생한 연둣빛 덩어리가 그렇게

   나뭇가지마다 여기 저기 터 잡고 있는데, 나무에게는

   큰 탈이겠다. 말하자면 악성 종양 같은 것이

   공중에 쏘아 올린 불꽃놀이 섬광처럼 축포처럼

   우듬지 꼭대기까지 펑 펑 펑 터지고 있다.

   나무의 비명이 심각하게 억눌려 있을 것 같다.

 

   아무 데나 마구 집 때려 짓고 북 치고 장고 치는, 

   장난치는 저 놈의 운명.

 

   새소리 물소리에도 그 포자가 악착같이 번지는지 겨우살이는

   한 겨울에도 시퍼렇다. 그렇게 이 참나무의 전모를 새로 활짝 밝힌 셈인데,   

이제 하는 수 없이

   그의 거처인 病,

 

            병색이 완연한 그를 얼른 알아보지 못하겠다.

 

 

 

                                              (시선 200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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