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문인수
기생목 겨우살이 저 여러 덩어리가 참나무를 뒤덮었다.
생생한 연둣빛 덩어리가 그렇게
나뭇가지마다 여기 저기 터 잡고 있는데, 나무에게는
큰 탈이겠다. 말하자면 악성 종양 같은 것이
공중에 쏘아 올린 불꽃놀이 섬광처럼 축포처럼
우듬지 꼭대기까지 펑 펑 펑 터지고 있다.
나무의 비명이 심각하게 억눌려 있을 것 같다.
아무 데나 마구 집 때려 짓고 북 치고 장고 치는,
장난치는 저 놈의 운명.
새소리 물소리에도 그 포자가 악착같이 번지는지 겨우살이는
한 겨울에도 시퍼렇다. 그렇게 이 참나무의 전모를 새로 활짝 밝힌 셈인데,
이제 하는 수 없이
그의 거처인 病,
병색이 완연한 그를 얼른 알아보지 못하겠다.
(시선 200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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