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아버지의 나이/정호승

김욱진 2011. 8. 25. 15:37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이성복   (0) 2011.08.29
통도사 경봉 큰스님 법문  (0) 2011.08.28
석가모니 부처님 오도송  (0) 2011.08.24
투병/문인수  (0) 2011.08.21
수그리다/장석주   (0) 201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