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
정이랑
맨발로 걸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태어나서 맨발로 선 적이 몇 번이었을까
맨발로 서서 하늘은 또 몇 번 보았을까
흙으로부터 나를 꽁꽁 싸매고 있지나 않은가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고, 맨발로 걸어보세요>
누군가가 세워놓은 마음따라 맨발로 공원을 걷는다
발가락 사이사이 핥아주는 흙들이 친근하다
혼자 맨발로 와서 언젠가는 맨발로 돌아가겠지
돌아갈 생각을 해 본 기억이 없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두려움도 느낀 적 없다
물 흐르듯 바람이 불어가듯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콧노래를 불러야 할 수밖에 없다
맨발로 걸어 보자
벗을 것 다 벗어놓고
맨발로 걷다보면
내가 너이고
너가 내가 되는 것을
내 아이에게 알려줘야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2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