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새, 날다/서안나

김욱진 2013. 12. 13. 09:01

          새, 날다

            서안나

 

한 세계를 건너려 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제 몸을 들여다본다
죽음이나 이별 따위의 젖은 자리를 건널

육체처럼 무거운 것은 없다

히말라야를 넘는 새는
먼저 무거운 생각을 접는다
뼈를 접고 다리를 접어
머리와 몸통이 하나의 날개가 된다

밖을 지워버린 날개만 남은 새,
바람의 영법으로
새라는 고독한 이름의 끝을 향해 날아간다
날개의 고통과 날개의 멍과 날개의 핏줄이
가벼운 새를 만든다

피 묻은 날개로 백 리百里
갇히지 않는 상상력으로
천 리千里를 날아가는 것이다

새는 날아가 떨리는 첫 눈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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