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시비(詩碑)선생/ 도광의

김욱진 2013. 12. 23. 21:06

시비(詩碑)선생/ 도광의

-월광수변공원에서

 

 

 

선생 앞엔 파랑 못물이

상큼한 입맛으로 함박눈 받아먹고 있었다

선생 뒤엔 아이스크림 콘 닮은

낮은 산들이 함박눈 맞고 있었다

박쥐우산 펴 든 커플 연인들이

함박눈 맞고 있는 선생 앞에서

키스하고 키스하고 키스를 하고 있으면

선생은 함박눈 맞으며 웃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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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의 수변공원 풍경이 활물(活物)인 시(詩)가 되었다가 다시 정물인 시비(詩碑)가 되었다가 한다. 그러다 어느 덧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바라다보노라면 우리 모두가 저절로 시비가 되어 월광수변 공원을 빙그레 바라보게 된다. 못물에 녹아 사라지는 눈처럼 내가 시(詩)인지 시비(詩碑)가 나인지도 구별이 되지 않는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콘, 달콤한 첫사랑의 키스는 첫눈처럼 언제 보아도 상큼발랄하다. 못물로 상징되는 여성성, 아이스크림콘 닮은 낮은 산으로 상징되는 남성성, 작가에게 성(性)은 이미 미(美)를 넘어 성(聖)이다. 어제 저녁 펜클럽 행사에 갔다가 아름다운 서정시 한편을 만난 기쁨에 적어본다. 우리 수필은 이렇게 쓸수가 없을까? /정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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