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밭이다 ―장옥관(1955~ )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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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었)다. 여러 가지 제조업이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 산업의 역군들이라고 칭송받는(진심으로 칭송하는 것인지는 의심스럽지만) 분들의 일터다. 그곳의 한 모퉁이 풍경을 이 시는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름한 간이 주막이 있고 그 근처 공터에 마침 깨밭이 있다. 이 밭은 문득 이 공단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내면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초가을 뙤약볕이 내리쬐어 참깨들은 여물어가고 쭉정이는 무너질 힘도 없이 건들건들 말라간다. 일자리를 잃은 중년이 간이 주막에서 화공약품 냄새와 더불어 이른 술추렴을 하고 있다. 속칭 '하꼬방'이라고 불리는(던) 단칸방이 이 중년 가장의 생활 공간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질기디 질긴' 재질의 알루미늄 재떨이 안에 가득하다. 다행은 '다리통 굵은 파출부 아내'가 수다스럽다는 것이다. 수다도 이럴 때는 아름답다. 깨알처럼 여물어가는 아이들 이야기였을까? 이들의 재떨이가 투명해질 날은 올 것인가! 이들의 재떨이를 진심으로 비워줄 대통령 후보를 찾아본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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