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박주택
우리가 서로에게 젖다 다시 홀로 스스로의 길로
걸어 돌아갈 때 언뜻 스쳐 지나가는 부드러우면서도
삐걱거리는 외로움을 마음에 새겨두라
그 외로움의 성분에 곰팡이가 끼고 누룩 뜰 때쯤
어느 멀리선 늘 이기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횃불을 피우고
더 먼 곳에서는 유해들이 배를 깔고 탄식하는 소리로
적막하기 그지없는 밤을 채우기도 하니까
바깥에서,높은 곳에서,운명이 비웃으며
우리들에게 약속의 증서를 써 주었던 손으로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창문으로부터는 봄에 머물렀던 아픈
나뭇가지들이 기어올라온다,어리석게도
껍질이 벗겨지는 곳에서 강이 태어나고
기념비적인 죽음도 생겨나리라,서서히 모역에서는
사랑했지만 이별한 사람이 먹다 남은 빵이 노래에 싸여
사라지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