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무인도/박주택

김욱진 2013. 12. 29. 14:13

             무인도

                       박주택

 

 

우리가 서로에게 젖다 다시 홀로 스스로의 길로

걸어 돌아갈 때 언뜻 스쳐 지나가는 부드러우면서도

삐걱거리는 외로움을 마음에 새겨두라

그 외로움의 성분에 곰팡이가 끼고 누룩 뜰 때쯤

어느 멀리선 늘 이기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횃불을 피우고

더 먼 곳에서는 유해들이 배를 깔고 탄식하는 소리로

적막하기 그지없는 밤을 채우기도 하니까

바깥에서,높은 곳에서,운명이 비웃으며

우리들에게 약속의 증서를 써 주었던 손으로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창문으로부터는 봄에 머물렀던 아픈

나뭇가지들이 기어올라온다,어리석게도

껍질이 벗겨지는 곳에서 강이 태어나고

기념비적인 죽음도 생겨나리라,서서히 모역에서는

사랑했지만 이별한 사람이 먹다 남은 빵이 노래에 싸여

사라지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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