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정전이 된 날 저녁의 삽화/윤수천

김욱진 2013. 12. 29. 16:12

 

 

     정전이 된 날 저녁의 삽화

      윤수천

 

 

정전으로 어둠에 갇힌 저녁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에서 나와 물에 모여 앉았다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한

가족들의 얼굴이 어둠속에서

인화지의 얼굴처럼 흐릿하게 들어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말들이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음을

우리는 그제야 알았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긴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다시 침묵이 흘렀고 우리는 그 침묵속에서

각자의 숨소리를 소중히 나누어 가졌다

얼마뒤에 전기가 들어오자

무리들은 다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전기가 나가기 이전의 평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그 일이 있은 뒤부터

가끔 정전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