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 냄새처럼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끌려나온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아들 팬티를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등
개꼬리는 맹렬히 흔들리고 있다
핏물 노을 밭에서 흔들리는
수크령
대지가 흘러내리는 비언어적 누설이다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