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붉은 꽃/장옥관

김욱진 2014. 4. 8. 13:59

                                  붉은 꽃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 냄새처럼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끌려나온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아들 팬티를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등

개꼬리는 맹렬히 흔들리고 있다

 

핏물 노을 밭에서 흔들리는

수크령

 

대지가 흘러내리는 비언어적 누설이다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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