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김사인
먼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 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 나네 아카시아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누이여
ㅡ출처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 ---------------------------------------------------
봄바람 속에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하다. 아카시아 꽃은 이삭 같고, 원뿔 같고, 흰쌀밥 한 덩이 같다. 꽃이 활짝 피어 나무 전체가 전등을 켠 듯 환하다. 아카시아는 벌이 꿀을 빨아 오는 밀원(蜜源)이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카시아 꽃을 따먹던 날이 있었다. 배고픈 때가 많았다. 얼굴에 궁기(窮氣)가 흐르던 때였다. 이 시에도 가난의 기억이 배어 있다. 창백하고 허약한 막내 누이가 아카시아 꽃에 빗대어져 있다. 아카시아 꽃을 보면서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하얗고, 손등에는 정맥이 파르르 내비치던 막내 누이를 간절하게 떠올리고 있다. 이 시를 읽은 후에 아카시아 꽃을 다시 보니 정말 저 꽃 속에는 핏기가 없는 핼쑥한 얼굴이 하나 들어 있다.
ㅡ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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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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