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송경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 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텐트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
송경동 / 1967년 전남 벌교에서 출생.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과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가 있음. 천상병시상, 신동엽창작상 등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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