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무허가/송경동

김욱진 2015. 12. 15. 19:21

           무허가

                송경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 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텐트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 

송경동 / 1967년 전남 벌교에서 출생.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과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가 있음. 천상병시상, 신동엽창작상 등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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