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에 든 개똥참외
전인식
흉기를 든 여름날의 폭력에도
단단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생애 오로지 면벽(面壁) 하늘
태어난 그 자리 홀로이 마감하는
열반(涅槃)길에는
다비식도 다 쓸데없는 일
들쥐에 육보시(肉普施)한
썩은 몸 한 쪽도 아까워
이웃 들풀에 마저 공양하고
남긴 진신사리같은 몇 점 씨앗
빈 하늘 새들이 또 물고 날아
어느 어둔 세상 한구석까지
꽃피우는 보살행(菩薩行)
하는 일 남 모르게
몸을 숨긴 들숲속
이미 수 천년이나 행해졌을
깨친자 아름다운 삶앞에
나무관세음(南無觀世音)
삼배합장도 할 줄 모르는
내게도 불성(佛性)이 있긴 있을까
바쁜 걸음 멈춰 세우는 또 한 분의 스승
하늘 푸른 날에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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