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조연들/윤이산

김욱진 2016. 7. 24. 10:16

       조연들

              윤이산

 

 

청소부가 은행나무 아래를 오가며

노란 잎을 쓸어 담는다.

나무가 다문다문 떨궈 주고

청소부는 슬렁슬렁 쓸어담고

생업에 한 번도 끄달려 본 적 없다는 듯

싱겁도록 덤덤하다

그냥 무엇의 배경 화면 같다

어느 일손 하나 서두르거나

멈추는 법이 없어

종일 해도  일은 끝나지 않고

아예 대빗자루로 싹 털어버리지요

은행 경비원의 퇴근인사에

이 쓰레기들이 다섯 식구 밥줄이지요

한 줄 대사가 찬바람에 헹군 듯 선득하다

 

어둑해져서야 쓰레기차가

하루 노동을 수거해

배경 밖으로 사라지고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건지

한꺼번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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