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들
윤이산
청소부가 은행나무 아래를 오가며
노란 잎을 쓸어 담는다.
나무가 다문다문 떨궈 주고
청소부는 슬렁슬렁 쓸어담고
생업에 한 번도 끄달려 본 적 없다는 듯
싱겁도록 덤덤하다
그냥 무엇의 배경 화면 같다
어느 일손 하나 서두르거나
멈추는 법이 없어
종일 해도 일은 끝나지 않고
아예 대빗자루로 싹 털어버리지요
은행 경비원의 퇴근인사에
이 쓰레기들이 다섯 식구 밥줄이지요
한 줄 대사가 찬바람에 헹군 듯 선득하다
어둑해져서야 쓰레기차가
하루 노동을 수거해
배경 밖으로 사라지고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건지
한꺼번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앤디 워홀의 생각/이규리 (0) | 2016.07.25 |
---|---|
소/이향 (0) | 2016.07.24 |
졸부가 되어/임희구 (0) | 2016.07.23 |
봄날은 간다, 가/문인수 (0) | 2016.07.22 |
배꼽/문인수 (0) | 2016.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