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가 되어
임희구
시가 잘 써지지 않아
오랫동안 움츠려 지내다가
지난 여름 가을 난데없이
스무 편의 시를 썼다
시 한 편 없던 내게 스무 편은
가당찮게 많은 것이어서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자꾸만
들뜬다 느닷없이 새로 쓴 시를
스무 편이나 갖게 된 나를
봐라,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나는 마치 전사라도 된 듯이
혼자 가만가만 날뛰었다
진짜 졸부의 마음은 잘 모르겠으나
그도 나만큼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고
대책 없이 즐거웠으리라
벌렁 벌렁 벌렁
자꾸만 벌렁거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