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졸부가 되어/임희구

김욱진 2016. 7. 23. 16:35

  졸부가 되어

    임희구

 

 

시가 잘 써지지 않아

오랫동안 움츠려 지내다가

지난 여름 가을 난데없이

스무 편의 시를 썼다

시 한 편 없던 내게 스무 편은

가당찮게 많은 것이어서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자꾸만

들뜬다 느닷없이 새로 쓴 시를

스무 편이나 갖게 된 나를

봐라,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나는 마치 전사라도 된 듯이

혼자 가만가만 날뛰었다

진짜 졸부의 마음은 잘 모르겠으나

그도 나만큼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고

대책 없이 즐거웠으리라

벌렁 벌렁 벌렁

자꾸만 벌렁거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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